한동안 유행하던 ‘고용 없는 성장’이란 말을 대신해서 올해는 ‘성장 없는 고용’이란 말이 회자되었다. 수출도 잘되고 기업은 성장하는데 고용이 늘지 않는 경제 현상을 가리킨 것이 전자라면, 후자는 경제는 어려운데 저임금 일자리만 늘어나는 현상을 지칭한 것이다. 우리 경제의 지배적인 모습이 변한 것인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두 가지 모두 우리 경제의 현재 모습이다. 대기업은 계속 성장하면서도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 대신에 지불능력이 한참 떨어지는 영세 기업이나 서비스업종에서만 고용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장과 고용의 극단적인 분리는 사회보장 분야에도 매우 위험스러운 현상이다. 경제와 복지를 빠르게 분리시킴으로써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실 좋은 일자리와 두터운 중산층의 존재는 복지국가와 사회보장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이번 호에는 <일반 논문> 6편과 그 밖의 글 2편 등 총 8편의 글을 싣는다. <일반 논문>에는 공공부조법과 사회보험법에 관한 5편의 논문들과 함께 사회보장법의 이념적 기초에 관한 1편의 논문이 있다.

김종수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실제소득의 추정에 관한 소고｣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실제소득의 추정을 하나의 독립된 처분으로 보고 법률유보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본 판결에 대한 평석의 글이다. 이 글에 대한 노호창의 ｢지정토론문｣도 함께 실었다.

장승혁의 ｢사회연대원리의 기원과 발전｣은 사회보장법의 이념적 기초 중 하나인 사회연대원리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다.

최호영의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직접 근로계약체결에 관한 소고｣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의 장기요양기관의 장이 그 종사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규정의 위헌성을 검토한 글이다.

신수정의 ｢이탈리아 훈련근로계약제도｣는 이탈리아의 훈련근로계약제도를 소개하는 글이다. 이탈리아 훈련근로계약제도의 도입배경과 목적 및 내용과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정희선의 ｢구 고용보험법 제35조 제1항 위헌결정에 관한 소고｣는 제목의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2013년 결정에 대한 평석이다.

정관영과 박보영의 ｢사회보장수급권에 대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위헌심사기준｣은 공공부조를 중심으로 사회보장수급권에 적용되는 위헌심사기준에 관해 살펴본 글이다.

6편의 학술 논문 외에 <서평>과 <참관기> 각 1편씩을 함께 싣는다. 곽원석은 법원행정처가 2013년 발간한『장애인 사법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대해 서평을 썼다. 이 책은 재판절차에서 장애인을 지원하는 방식과 기준을 보여주고 있다. 참관기는 신권철의 ｢정신병원과 강제입원｣이다. 신 교수는 독일, 프랑스, 일본을 돌면서 각국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과정을 실제 참관하고 그 과정에 관여한 현지 법원 판사, 병원 의사, 전문가 등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올해에도 무사히 두 권의 학술지를 내게 되었다. 정기세미나 등에서 훌륭한 글을 발표하거나 토론해 주신 분들을 비롯하여 제 때 원고를 제출해주신 분들 그리고 어려운 일정에도 흔쾌히 나서주신 출판사 직원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늘 고마운 마음이다. 그리고 음으로 양으로 우리 연구회와 학술지의 발전에 도움을 주시는 많은 분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4. 12.
[사회보장법연구] 편집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