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노동법강의」 제1판을 발간한 후 벌써 제7판을 내놓는다. 이 책을 처음 발간한 당시와 비교하면 노동법제도의 물적 토대라고 할 수 있는 노동시장은 빠른 속도로 변모하고 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로봇이나 인공지능 등에 의하여 일자리가 대체됨으로써 근로자를 고용하는 일자리의 규모는 점점 줄고 있는데 비하여 1인 자영업자의 범위와 규모는 한층 확대되고 있다. 근로자의 직무도 과거에 비하여 훨씬 더 전문화되고 있으며,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게 근로조건의 자율적 결정을 원하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이와 같은 노동시장의 변화는 노동법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 산업화단계의 근로자 모습에 터잡은 획일적ㆍ강행적 노동보호법 체계가 크게 변모하고 있는 현실의 근로관계에 대하여 계속해서 타당한 법적 규율방법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노동시장의 규율방식이 우리 국민경제의 발전과 근로조건의 합리적 개선을 위한 전제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노동법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법제도의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연장근로 및 휴일근로와 통상임금에 관한 논란에서 보았듯이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와 불명확한 법령의 개정도 불가피하지만 그와 함께 기업 또는 사업 차원에서 종업원들의 이해관계를 폭넓게 반영하여 근로조건을 자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근로자대표제도의 도입, 개별 근로계약의 쟁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근로계약법의 제정 등 새로운 노동입법의 과제도 적지 않다. 앞으로 필요한 노동입법이 적극적으로 실현되어 가길 기대한다.

「노동법강의」 제7판은 이와 같은 노동법제도의 과제에 부응하기 위해 체제 및 편제를 일부 혁신하였다. 아직 관련법의 제정 및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향후 개별적 근로관계법의 있어야 할 모습으로 근로계약법과 노동보호법을 구분하였다. 노동보호법인 근로기준법에 묻혀 근로계약법의 역할이나 임무에 대해서 과소평가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근로계약법의 의의와 범위 그리고 구체적 내용에 대한 설명이 불가피하다. 물론 판례에 의하여 근로계약법에 관한 다양한 쟁점과 해석론이 발전하고 있긴 하지만 향후 근로계약법이 독립된 법률의 형태로 제정되어 법적 명확성과 안정성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에 비하여 임금보호, 근로시간, 휴식, 안전과 보건 등에 관련되는 국가의 강행적 보호규범들은 노동보호법의 범주에 포함된다. 협동적 노사관계법의 영역도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노동이사제에 관한 논란에서 보듯이 근로자(종업원)들의 경영참여 욕구가 더욱 확대될 것이며 이를 체계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입법적 과제가 다수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노동시장정책에 관한 법령도 노동법의 핵심적 지주의 하나로 발전될 것이다. 이미 법정 정년제도의 도입에서 보았듯이 향후 재직자, 특히 고령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제시될 것이며, 고용서비스제도의 개선을 통해 구직자들의 직장 진입을 위한 조치들도 더욱 정교하게 발전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서는 노동법의 전체 구조를 개별적 근로관계법, 집단적 노사관계법, 협동적 노사관계법, 노동시장법을 편으로 분류하고 개별적 근로관계법은 근로계약법과 노동보호법 그리고 비전형 근로관계법의 장으로 재구성하였다. 집단적 노사관계법은 노동조합, 단체교섭, 단체협약, 쟁의행위와 노동쟁의의 조정, 부당노동행위, 공무원과 교원의 집단적 노사관계라는 장으로 구성하였다. 협동적 노사관계법과 노동시장법은 앞으로 관련 입법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보고 다른 편장과 구분하였다. 반대로 현행 노동관계법의 내용 중에서 강의서로 적당하지 않거나 중복 서술된 부분은 과감하게 삭제하였다. 노동위원회를 통한 구제절차는 해당 제도에서 설명하고 노동위원회의 조직과 임무에 관한 별도의 장은 삭제하였다. 또한 비전형 근로관계 중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 관한 절도 여러 곳에서 설명되고 있으므로 삭제하였다.

본서는 2017년 12월 31일까지 이뤄진 노동관계법의 개정 내용과 중요 판례들을 충실하게 반영하고자 노력하였다. 이 시기에 위에서 언급한 중요 쟁점에 관한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근로기준법(신규입사자와 육아휴직자의 연차유급휴가 보장 개선 등)과 남녀고용평등법(직장내 성희롱 예방 및 발생 시 사용자의 조치의무 강화, 난임치료휴가 도입) 그리고 산재보험법(출퇴근재해 도입)의 개정이 이뤄졌다. 또한 노동법의 쟁점에 관한 새로운 판례도 계속해서 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판례들은 노동법이론과 해석론을 더욱 풍부하게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또한 본문의 상당한 곳에서 구성상의 문제를 가진 부분이나 설명이 미진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수정ㆍ보완하였다.

본서는 강의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유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분량이 급격히 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꼭 필요한 판례와 문헌 및 보충설명은 본문에 표기하고 있다. 독자들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편집도 계속해서 개선하고 있다. 본서의 출간을 위해 여러 분들이 도움을 주었다. 원고의 교정과 사항색인은 이수정 조교(고려대 대학원 석사과정)가 수고해 주었다. 그 밖에 본서의 내용 중 오탈자와 누락부분을 지적해 주신 분들도 상당수 있다. 여기서 일일이 거명하기는 어려우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한다. 언제나처럼 본서의 출간을 자기 일처럼 처리해 주고 있는 신조사의 송일근 주간과 이종은 부장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도 본서가 노동법 입문자와 수험생 그리고 실무자들에게 노동법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것임을 약속드린다.

2018년 2월
김형배, 박지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