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삶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건들 가운데 법률이 개입해야 하는 영역과 개입하지 말아야 하는 영역을 획정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직장에서 당하는 괴롭힘으로 인해 힘들어 하는 사람은 예전부터 있었을 것입니다. 굳이 유럽에서 산업혁명으로 막 공장노동이 시작되던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일제 강점기에 식민지인으로서 일본인이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일해야만 했던 이들의 삶을 떠올려 보는 것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오랜 기간 직장에서의 괴롭힘, 그 중에서도 형법 구성요건 해당성 여부가 애매한 행위들은 그저 참고 넘겨야 하는 일로 여겨져 왔습니다. 법률이 개입해야 하는 영역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고 이 문제에 관해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직장에서의 괴롭힘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직장에서의 괴롭힘 문제는 괴롭힘을 직접 당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직장을 운영하는 사업주에게도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오랜 기간 힘들게 쌓아온, 힘을 합해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가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 무너진 구성원들 사이의 신뢰와 조직문화를 이전처럼 재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피해자들도 자신들의 피해를 구제받고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법률적 수단을 알지 못한 채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둘러 직장에서의 괴롭힘과 관련된 법률적 쟁점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거의 탈고하여 3번째 교정을 마칠 무렵 직장에서의 괴롭힘에 관해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 소위를 통과했고, 곧이어 12월 27일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개정안임을 전제로 서술했던 내용을 모두 바꿔서 현행법에 대한 해설로 다시 써야만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것입니다. 다행히 3, 4일 정도의 시간이 주어져서 급하게나마 관련 내용을 다시 수정하여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연말의 소중한 휴일에 원고 수정작업에만 매달려 있었던 저를 용납하고 이해해준 가족들에게 특별히 고맙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비록 서둘러 작업을 마칠 수밖에 없었지만 새롭게 시행되는 직장에서의 괴롭힘과 관련된 법률의 내용과 체계를 때를 놓치지 않고 정리하여 소개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쪼록 이 책이 직장에서의 괴롭힘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와 이 문제에 대한 체계적 대응을 고민하는 경영자, 실무가들에게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드릴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연구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에게도 충실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원고를 탈고하면서 일찍부터 직장에서의 괴롭힘에 관한 노동법적 접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시고 지도해주신 모교 하경효 교수님의 학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자란 제자로서 늘 송구하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더불어 발간을 허락해 주신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여러 차례의 급한 수정 과정에서도 변함없이 정성스럽게 책을 만들어주신 신조사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19년 1월 2일
이준희 드림